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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이 PR을 한다면...” 미드 ‘2010 V’ 에 나타난 설득 전략

Eliot Lee 2012. 2. 28. 15:36

어느 날 세계 주요 도시에 거대한 비행선을 이끌고 외계 방문자(Visitors)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들은 인간과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합니다. 불안과 공포, 혼란에 떨고 있는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방문자’들이 PR을 한다면 어떨까요? 2010년 미국과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V’를 보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 방문자들이 광고, Publicity, 홍보대사 프로그램 등 다양한 PR tools을 활용해 지구인을 설득하는 과정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구를 침공하려는 외계인조차도 ‘하드파워’가 아닌 ‘소프트파워’를 통해 지구를 장악해 나간다는 드라마 설정만 놓고 보더라도, 미국 사회에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에 기초한 PR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이 PR을 한다면...”

미국 드라마 ‘2010 V’ 에 나타난 설득 전략
 




미녀의 호소 우리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외계의 방문자들이 전세계 상공에 거대한 비행선을 끌고 나타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우호와 협력 그리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방문자들은 미국과 주요 도시의 상공을 덮은 비행선을 거대한 옥외 전광판 삼아 불안과 공포, 혼란에 떨고 있는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자신들은 지구인과 평화롭게 교류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러면서 물과 미네랄을 공급해 주길 도움을 청하며 그럴 경우 자신들의 과학을 공유해 지구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Don’t be frightened. We mean no harm. Please accept our apologies. We’re truly anguished by the turmoil our arrival has caused. This is a momentous day. Until, we believed we were the only intelligent life in the universe. We’re overjoyed to find that we’re not alone. (하략)”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매체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비행선을 전광판 삼은 옥외 광고는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법입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도 인간의 모습을 한 외계인 지도자가 직접 나서 동정심과 환심에 호소함으로써 설득력을 높였습니다. 특히나 매력적인 여성이 나서 차분한 말투로 우리는 도움이 필요합니다라며 도움을 요청합니다.

 

설득의 효과와 관련해 재미난 사실은 언론과 대중 앞에 서는 방문자들이 하나 같이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한 기자는 처음으로 지구에 발을 딛는 외계인 지도자 애나에게 방문자들은 모두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느냐며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설득커뮤니케이션에서 신체적 외양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요소로써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것이라면, 방문자들에게 신체적 외양은 설득을 위해 의도적이면서 계획적인 준비였으며 학습을 통해 습득한 전략이었음을 암시해 줍니다.
 
 

 

이후 외계인의 지도자인 애나는 각국의 정상과 만나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구인에게 자신들의 우월한 과학과 의료기술을 통해 지구인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거듭 약속합니다. 이들 방문자들은 Publicity를 통해 자신들 메시지의 신뢰와 권위를 함께 획득하고자 노력합니다. 또한 각국 정상들이나 고위 관료, 언론사 기자 등 여론주도층과의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3자를 활용한 지지’(third party endorsement) 전략도 함께 구사해 나갑니다.
 


갈등유형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

 

방문자들은 자신들의 지구 정착을 반대하는 세력들도 하나씩 설득해 나갑니다. 외계인 지도자인 애나는 안티 V 운동의 대표적인 목소리인 메리 파크너라는 여성을 개별적으로 만나 그녀를 설득해 결국 자신들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에 나오게 합니다. 메리 파크너라는 여성은 방문자들이 지구에 도착할 때 추락한 전투기 조종사의 부인입니다.

 

애나는 전세계 많은 일이 있는데 왜 메리 파크너라는 한 여자에게 그렇게 신경을 쓰느냐는 참모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을 합니다. “메리 파크너의 삶은 망가졌어. 그리고 우릴 탓하고 있지. 그런 종류의 미움은 전염성이 있어. 우린 그녀를 본보기 삼아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해.” 애나는 그녀에게 남편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았으며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한다는 메시지로 자아갈등 관계에 있는 놓인 그녀를 사실 수준으로 옮겨와 설득합니다.
 

※ 갈등의 유형 및 해결책 - 나은영(2009), <인간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p.196 참조
 

유형

내용

커뮤니케이션 방식(해결책)

유사갈등

갈등이 아닌데 갈등인 것처럼 보이는 것.

- 집적거리기

- 동시에 성취할 수 있는 목표이거나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성취할 수 없다고 믿을 때 일어난다

약간의 조절로 둘 모두의 목표를 만족시킨다.

사실갈등

메시지의 정확성 여부에 대한 갈등

논쟁을 멈추고 사실을 확인

가치갈등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무엇이 가치있고 무엇이 가치없는지, 무엇이 바람직하고 무엇이 바람직하지 않은지, 무엇이 도덕적이고 무엇이 비도덕적인지에 관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신념들에 대한 갈등

동의하는 부분을 찾고 거기서부터 시작 아무런 동의점을 찾지 못하면 서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동의할 수 있다.

정책갈등

지각된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서로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계획이나 행동의 과정이 무엇인지에 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것

문제의 본질을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행동 계획)에 의견을 모은다.

자아갈등

갈등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이기는 것또는 지는 것이 긍정적 자기 이미지를 유지하는데 아주 결정적이라고 생각할 때 발생한다. 흔히 자존심 싸움

갈등을 자아 수준에서부터 사실 수준으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정책 생산자 = 정책 정보 생산자에서 정책 소비자 = 정책 정보 생산자!
 
… ‘정책 프로슈머프로그램 평화대사

 
 

방문자들은 세계인의 지지 속에서 안정적으로 지구에 정착하기 위한 자신들의 PR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Publicity를 비롯한 여러 PR 툴을 가지고 지구인들과 호혜적인 관계 맺기를 시도합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화대사(peace ambassador)’ 프로그램입니다.




평화대사 프로그램은 방문자들과 함께 놀면서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 이를 전파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비교적 약한 젊은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금 방문자의 문화를 학습하도록 하면서 자발적으로 또래 집단들에게 알리도록 하는 것이죠. 일종의 프로슈머(prosumer)’ 프로그램인 셈입니다.

과거에는 정책을 생산하는 정부나 관련 부처가 정책 정보를 생산하고, 정책 고객인 국민들은 일방적인 수용자의 위치에 머물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책의 소비자가 정책 정보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홍보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정책 생산자의 주장이 아닌, 정책 고객 내부의 ‘이야기’로 정보와 체험이 소통되는 체계를 설계해 실행하고 있습니다. 
 

정책 프로슈머프로그램은 정책 정보의 학습과 전파라는 효과 이외에도 잠재적인 정책 고객들과 관계 맺기를 통해 추후에도 우호적인 지지세력으로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합니다.

드라마 ‘V’에서 평화대사 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은 유튜브 UCC 제작해 올림으로써 그들 스스로 방문자(V)’의 문화를 생산하고 전파합니다. 이들의 자발성과 진정성은 그들이 만든 콘텐츠의 신뢰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또래 집단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가 확산될 수 있는 동인이 되기도 합니다.
 

 
 
신뢰의 조건, 믿음성 (dependability) : 메시지와 행위의 일치

 

 신뢰는 관계증진 문헌에서 가장 중요한 차원 중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조직과 공중 사이 호혜적 관계형성에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 (Hon & Grunig, 1999) 조직의 입장에서 신뢰할만한 평판은 조직에 의해 발생하는 이슈, 제품, 서비스 등의 공중인식에 영향을 준다. PR에서는 신뢰야말로 조직이 존재하는데 필수 불가결한 핵심요소로 인지되고 있다.”

- 조삼섭, <PR에서의 신뢰성 연구>

 

드라마 ‘V’에서도 방문자들은 지구인의 신뢰를 얻기 위해 끊임없는 PR 활동을 전개합니다. 그들에게 지구인으로부터 신뢰를 획득하는 것은 안정적으로 지구에 정착하기 위한전제 조건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방문자들이 지구인들의 신뢰를 얻게 되는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두 가지입니다. 지구인들에게 앞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첫 번째이고,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작은 섬나라에 자신들의 구조팀을 보내서 블루 에너지 기술로 이 섬을 재건한 것이 두 번째입니다.

 

이는 자신들이 최초에 지구에 도착하면서 자신들의 과학기술을 공유해 지구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겠다고 한 약속을 실천에 옮긴 것이죠.

 

혼과 그루닉 (Hon & Grunig, 1999)은 신뢰를 한 집단의 다른 집단에 대한 확신과 자신을 스스로 개방할 수 있는 정도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신뢰를 다시 3가지 하위차원으로 구분합니다. 첫 번째 하위차원으로 원칙성 (integrity)은 조직이 얼마나 공평하고, 원칙에 의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믿음이라 정의했습니다. 두 번째 신뢰를 구성하는 세부차원으로 믿음성(dependability)을 들고 있습니다. 믿음성은 조직이 말한 것을 실행을 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세 번째 신뢰를 구성하는 세부차원으로 능력 혹은 전문성 (competency)입니다. 전문성은 조직이 말한 것에 대한 것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능력에 대한 믿음을 의미합니다. “

 

※ 신뢰를 구성하는 하위 세부차원 (Hon & Grunig, 1999)

차원

내용

정당성 (integrity)

조직의 공정성, 원칙성 (도덕적으로 정당한가? )

믿음성 (dependability)

조직의 메시지와 행위의 일치성

전문성 (competency)

조직의 전문적인 능력

 

방문자들은 그들의 메시지를 행동으로 실천하고, 그들이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임으로써 지구인들에게 “V는 믿음이 가고 약속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준 것입니다.

 

PR과 프로파겐다

 

드라마 ‘V’에서 방문자들의 활동을 공중 관계 관리’(PR)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에서 PR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실체입니다. 방문자들이 수행하는 PR활동은 ▲의도적이면서 (deliberate) ▲계획되고 (planned) ▲실제의 성과(performance)를 전달하고 있으며 ▲조직과 공중의 상호이익(public interest)에도 부합되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two-way communication)을 통해 ▲최고 경영진의 의가 결정 기능(management function)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이들이 PR을 하는 진짜 이유는 결국 지구 정복’입니. ‘지구 정복이란 말이 지닌 키치성만큼 이 드라마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프로파겐다의 수준으로 뚝 떨어지고 맙니다. 결국 방문자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여론을 형성하고 조직과 공중 간의 호혜적인 관계를 맺는 행위가 아니라 여론을 조작하고 공중을 속이는 활동으로 전락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사실은 방문자의 평화대사프로그램은 세련된 정책 프로슈머 프로그램이 아니라, 히틀러의 유겐트가 되는 것이죠.

 

실체가 없는 PR, 목적을 속이는 PR은 결국 PR이 아니라 프로파겐다일 뿐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