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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인의 윤리 ... 한 젊은 정치 신인의 거짓말 논란을 보며

Eliot Lee 2012. 3. 28. 16:53

4월 총선에서 눈 여겨본 정치 신인이 하나 있었습니다. 사회 경력이라고는 PR 회사 밖에 없는 어느 당차고 젊은 친구가 험하디 험한 정치판으로 뛰어 든다고 하니 절로 눈길이 갔습니다.

그런데 요즘 그 친구가 거짓말 논란에 빠졌더군요. 전세금 3000만원을 가지고 선거운동을 치르겠다고 했지만, 돈의 출처는 부모님이었고요.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도 선거 기탁금 1500만원을 내면 3000만원으로 선거 운동을 치르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지만, 기탁금 1500만원은 중앙당에서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시금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일단 의아했습니다. PR회사에서 일했다는 친구가 왜 저렇게 팩트를 다루는데 소홀했을까.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라는 자신의 선거 공약이자 정체성이 되는 메시지를 아무런 사실의 기반 없이 저렇게 쉽게 유권자를 포함한 여러 공중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메시지의 진실성은 있는 것인지... PR을 그저 실체가 없는 것을 포장하는 기술 정도로 배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www.the-pr.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29

PR은 신뢰를 바탕으로 합니다. 따라서 PR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탄탄한 공동체에서 더욱 힘을 발합니다.

공중과의 호의적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데 있어서 신뢰와 진실성은 가장 기본적인 전제입니다. 흔히들 세상 사람들이 PR을 이야기 할 때 "신뢰를 판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PR, 그 중에서 협의의 PR인 Publicity는 언론에 의한 3자 보증(third party endoresment)을 통해 신뢰를 얻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 그림은 마케팅과 PR, 광고와 브랜딩의 차이를 간략하게 설명해 줍니다.>

PR인의 윤리가 중요한 지점은 바로 언론과의 관계입니다. 공중의 알권리를 신장하고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은 언론 윤리만 지켜진다고 해서 성취되는 것이 아닙니다. 올바르고 건전한 정보가 유통되기 위해서는 기자의 책임있는 보도가 필요한데요. 바로 그 첫 지점이 정보의 출처가 되는 PR인 입니다.

PR인은 조직과 언론의 사이에서 정보를 유통시키는 첫 관문 역할을 수행합니다. 1차적인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이 일어나는 것이죠. 따라서 PR인은 저널리스트 못지 않게 엄정하고 책임있게 팩트를 다루고 이를 전달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PR인이 PR 윤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바로 PR이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조직과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도덕적 명분 때문입니다. 이는 곧 PR의 전문화와 직업인으로서 위상과 관련이 있기도 합니다. 

어쨌든, 다시 거짓말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그 젊은 친구가 적어 놓은 경력을 보자면, 세상 나와서 보고 배운 것은 PR 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PR을 했던 사람이 국회의원 후보로서 공적인 존재인 자기 자신을 둘러싼 팩트에 소홀했습니다. 그리고 공중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 실체를 왜곡하면서까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자신을 포장했습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차라리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면 '처음이니 실수할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도 훨씬 유용한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초라한 말 뒤에 숨으며 진실성이란 덕목을 바닥에 팽개쳐버렸습니다.  

PR인이 져야 하는 책임과 윤리를 가르쳐준, 아니 최소한 알려준, 아니 그냥 보여주기만이라도 했던 선배가 없었는가라는 생각까지 미치면서 그가 경력에 한줄 적어놓은 'PR'이란 말을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으로서 참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며 팩트 앞에서 보다 엄격해져야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